Archive for January, 2006

loser 0

자신으로부터 저항할 힘도 없고
먼 길을 돌고 돌아서
결국 처음 있던 그 자리로 항상 돌아오는
나는
영원한 loser임에 틀림없다.

soy un perdedor
i’m a loser …

right decision 0

E가 말했듯이, 보드타는 것을 포기한 것의 절반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그 결정을 한 것도 나일뿐만 아니라, 오늘 하루를 확실히 쉴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냥 집에서 편히 있고 싶었던게 사실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 하루정도 기꺼이 스키장에서 보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보드 따위는 나에게 사치라는 생각이 앞선다. 오늘 결정에 그다지 불만스럽지도 않고, Strochinskaya로부터 오랜만에 듣는 밝은 목소리는 오히려 나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보내기에 충분했다.

포기하기 0

나는 때때로 지독하리만큼 집요하다. 바로 이 집요함은 모든 일의 끝을 반드시 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오는 듯하다. 그래서 그 끈질김을 지속시키지 못하고 포기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은 절망적일 수 밖에 없다.

도중에 “포기”하는 것도 싫지만, 처음부터 시작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끈질기게 밀어붙인 시간들을 후회하는 것은 더욱 싫다. 그래서 “포기”를 결정하는 순간은 나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다.

the boy who was called Danny 0

스무살도 채 되기 전, 엉망진창인 나의 대학생활과는 다르게, 시간제로 근무를 하던 그곳에서 나는 매우 성실한 청년이었다. 새벽에 첫 버스를 타고 두세시간정도 근무하고, 9시에 학교로, 그리고 나서 여섯, 일곱시까지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 밤 10시까지 근무하기를 아마도 거의 일년 넘게 한 것 같다. 매일 반복되고 지루한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그 곳은 나에게 유일한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처였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곤해도 그곳에서 하루를 열심히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으로부터 15년전 Danny라고 불리우던 고민많은 대한민국 청년의 일상이었다.

삶은 수레바퀴와 같은가 보다. 다시는 그런 생활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지금 나의 생활은 15년전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있다. 나를 방황하고 고민하게 만들었던 원인들이야 물론 세월이 지나면서 많이 변했지만, 눈 앞에 놓여진 문제들을 해결하는 나의 방식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 씁쓸할 따름이다. 제압하지 못하고, 자꾸 피하려 한다는 것. 결국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말이다. 지독하게 삶에 대해 부정적이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 이것이 나의 형편없는 방어법이다.

지금 나는 15년의 세월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 Danny라고 불리웠던 청년으로 돌아와 있는 기분이다. 힘들어도 항상 입가에 머물던 미소는 비록 온데간데 없지만…

서른즈음에 … 0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엔
무얼채워 살고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뛰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서른으로 산다는 것은 십대의 미열에서 발화한 스무살 청춘의 열정을 조금씩 식혀가면서, 흐르는 세월에 삶을 맡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서른살에 부딪히는 삶의 고민들은 스무살의 그것들과 확연히 다르다. 서른의 삶은 더욱 현실적이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도전이나,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한 설레임보다는 그 우연한 맞딱드림의 중압감에서 오는 공포가 더 크고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우연함에서 오는 두려움조차 내가 소유하고 있던 것들을 지켜내지 못하고 매일 그것들과 조금씩 이별하며 살아야 하는 고통에 의해서 잠식된다. 이것이 서른의 삶이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서른이 되면서 삶을 알아채기 시작한다. 그래서 삶은 더욱 힘들고 조심스러워진다. 이 오래된 노래가 가슴깊이 파고드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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