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y who was called Danny

스무살도 채 되기 전, 엉망진창인 나의 대학생활과는 다르게, 시간제로 근무를 하던 그곳에서 나는 매우 성실한 청년이었다. 새벽에 첫 버스를 타고 두세시간정도 근무하고, 9시에 학교로, 그리고 나서 여섯, 일곱시까지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 밤 10시까지 근무하기를 아마도 거의 일년 넘게 한 것 같다. 매일 반복되고 지루한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그 곳은 나에게 유일한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처였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곤해도 그곳에서 하루를 열심히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으로부터 15년전 Danny라고 불리우던 고민많은 대한민국 청년의 일상이었다.

삶은 수레바퀴와 같은가 보다. 다시는 그런 생활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지금 나의 생활은 15년전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있다. 나를 방황하고 고민하게 만들었던 원인들이야 물론 세월이 지나면서 많이 변했지만, 눈 앞에 놓여진 문제들을 해결하는 나의 방식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 씁쓸할 따름이다. 제압하지 못하고, 자꾸 피하려 한다는 것. 결국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말이다. 지독하게 삶에 대해 부정적이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 이것이 나의 형편없는 방어법이다.

지금 나는 15년의 세월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 Danny라고 불리웠던 청년으로 돌아와 있는 기분이다. 힘들어도 항상 입가에 머물던 미소는 비록 온데간데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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