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July, 2005

Excerpt from “Crowds and Power” by Elias Canetti 0

배설물에는 우리의 모든 살생의 죄과가 담겨있다. 그 배설물에 의해서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살생을 알게 된다. 그것은 우리를 몰아세운 모든 증거들을 응축시켜 놓은 집산물이다. 그것은 우리들이 매일 계속 해서 저지르는 죄과의 증거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냄새를 피우면서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우리들이 그 배설물과 우리 자신을 분리시키려고 얼마나 노력하는 지에 있다. 바로 그 목적만을 위해서 따로 설치한 특별한 방에서 우리는 배설물을 처치하는 것이다. 우리의 가장 내밀한 순간은 그곳에 들어있는 순간이다. 이때 우리들은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서 우리들의 배설물과 함께 있는 것이다.

분명이 우리들은 배설물을 부끄러워한다. 배설물은 소화작용이라는 권력 과정의 해묵은 징표이다. 그 과정은 어둠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대문에 배설물이 없다면 영원히 숨겨진 채 있을 것이다. (p. 199)

do i have still dreams? 1

직장일이라는 게 다 그런걸까? 아니면, 내가 일을 그렇게 하는 걸까? 점점 바보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 문득 문득 나를 바라볼때마다, 내가 내 직장동료들을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에 신경을 쓰기가 싫어서 그렇다고 나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고 있지만…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에 조차도, 조금의 관심도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는 건, 내가 지나치게 게으르기 때문이다. 삶이란, 인생이란 다 똑같다는 생각이든다. 삶이 엿같은게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엿같이 만드는 것이다. 8층까지 날아 오른 잠자리는 무의미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에 수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8층까지 비상한 잠자리와 수풀에서 빙빙 맴도는 잠자리의 차이는 없다. x-y-z 축의 물리적 좌표값만 틀린 것이다. 내가 8층의 잠자리가 되느냐 수풀속의 잠자리가 되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현재 좌표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나는 나 자신에게 진실로 묻는다. 내가 꿈을 갖고 있었는지,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꿈을 갖고 있는지.

dragonflies soar up! 0

잠자리가 7층 높이까지 날려면, 얼마나 많은 날개짓과 얼마나 많은 힘을 필요로 할까? 한참을 컴퓨터와 씨름하다가, 7층 연구실 밖 테라스로 나간다. 7층 바로 밑에서 날개짓하면서 8층 높이로 날아오르는 것은 분명 잠자리다. 최근 몇년동안 잠자리를 본 기억도 없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서 그들을 본 적은 더더욱 없는 듯하다. 8층 높이에서 수평하게 날면서 멀어져 가고 있다. 근처에 그들이 쉴 수 있는 곳이라고는 내가 서있는 건물 하나뿐이다. 그러나 점점 그들이 하늘 속으로 사라져 가면서, 저들의 기력이 다했을때 하강은 어떠할까 문득 생각해본다. 아스팔트 바닥에 충돌하기 직전까지의 자유낙하(自由落下, free falling) - 그들이 바닥에 충돌하느냐 마느냐는 그들의 자유의지(自由意志)다, 적어도 그들은 최후의 순간에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난간에 기대고 서있는 나에게 참을 수 없는 충동이 밀려온다. 아무래도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물질이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 같다. 나는 난간을 밀치고, 다시 연구실 안으로 들어간다. K의 의자에 몸을 밀어 넣고서야, 안심이 된다. 잠자리들이 이 높이까지 올라온 이유는 무엇일까?

no title 0

정장을 입고 다닌지 다섯달이 다 되어가고 있건만, 아직까지도 이 복장의 불편함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동전들, 지폐 몇장, 핸드폰, 열쇠꾸러미, 그리고 때때로 라이터와 담배가 바지 주머니 속에서 안착을 못하고 힘겹게 주머니 안에 쳐 박혀서 어쩔 줄 모른다. 터질 것만 같은 지갑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지도 못한 채, 이동할 때마다 들고 다녀야 할 지경이다. 급기야 오늘 밤, 나도 모르는 새에, 자동차 열쇠가 주머니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주차 후 이동 경로(주차장 - 건물안 5층 - 건물밖 식당 - 건물앞 가게 - 건물안 5층 - 건물안 7층)를 E와 함께 30분 이상 헤매고 다녔지만, 결국 실패했다. 후레쉬를 빌리고, 이미 잠겨져 버린 건물과 식당, 건물 앞 조그만 가게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엇다. 아마도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후, 누군가의 발길에 의해서 도로 구석으로 다시 한번 걷어 차였나보다. 결국 K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온 후, 복제한 열쇠를 가지고 다시 K와 함께 자동차가 주차된 건물로 돌아가서, 차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엄청난 수고를 했다. 다음부터는 열쇠들을 모두 묶어서 하나의 커다란 꾸러미로 들고 다녀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역시 열쇠 꾸러미를 통채로 잃어버리면 어떻하냐는 쓸데없는 기우(杞憂)때문에 내일 또 다시 열쇠들은 주머니 안에서 따로따로 굴러다닐 것이 분명하다.

A quote from “Sin City” 0

Power comes from l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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