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teen years later …

벌써 십삼년이 흘렀다. 오늘로 정확히 십삼년 전 이 시간엔 불안함과 약간의 공포감으로 훈련소 내무반 침상 모포 속에서 다음날부터 시작될 고된 훈련을 상상하며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26개월 꽉 채우고 제대한 현역들에게야 우습게 들릴지 모르나, 보이지 않을 뿐더러 알수 없는 두려움의 크기는 그 당시에는 현역이던 단기사병(방위)던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복무를 마친 지금 생각하면, 현역병의 군생활의 고단함을 어찌 단기사병의 그것에 비교하겠냐는 생각이 들지만…

(나름대로) 지겹기도 하고, 18개월 내내 긴장속에 지냈던 그 시절이 그래도 조금이나마 그리운 이유는 사회가 주는 압박감과 고통스러움이 나에게 거의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집해제되기 며칠전부터 느꼈던 (내가 사회에 나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압박감과 불안함은 그 어느때보다도 가장 컸던 것 같다. 어쩌면 큰 어려움없이 채바퀴같은 군생활을 해서 더욱 그런지 모른다.

십삼년이 지난 지금, 가끔씩 내가 군생활을 다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침에 출근해서 매일 비슷한 업무에 시달리고, 오후에 퇴근하고… 갑자기 내 위치에 위기감이 닥칠때, 소집해제 직전의 공포가 다시 엄습해 올 것이 분명하다. 피곤하다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이런 생각은 나를 더욱 피곤케 한다), 시작한 일에 대해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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