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rain, 혹은 雨)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싫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마음 같아서 싫다.
그래서 비는 쏟아 부어야 제 맛이다.
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 쏟아 붓다가
다시 부슬부슬 내리다 쏟아 붓기를 잇따라 한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볼 때마다,
저 빗줄기도 또한 곧 멎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삶도 그렇다.
바로 내 눈 앞의 기쁨이나 슬픔을 즐기려 하기 보다는
이러한 감정 뒤에 슬며시 다가올 미래를 먼저 생각한다.
나의 현재를 즐기고 사랑하기에
나는 너무나 어리석고,
나에게 현실은 점점 저편 멀리로 사라져가는 것만 같다.
쓸데없는 생각들.
필요없는 고민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상한 집착들.

비가 그치면,
이 비가 그치면,
이 비가 완전히 멎은 후,
작열하는 태양빛이 나의 머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을때면,
나는 다시 다가올 검은 비구름과 함께
강렬하게 낙하하는 빗방울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아니면, 나는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산책하기를 바랄것인가?

선택은 나에게 달려 있다.
끊어버릴 수 있을 것인가?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日常)의 피곤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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