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arctic journal

이놈의 영화. 유지태와 송강호가 나온다는 거 말고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영화시작시간이 가장 적절한 영화여서 무작정 선택하였다. 좌석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래도 볼만하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영화관에 사람이 많았던 이유는 오늘이 개봉 첫날이라는 이유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나마 좀 괜찮았던 것은 전체적인 색감, 구도, 화면 등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는 것 같다. 그러나 두시간 내내 반복적인 구도 역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와 더불어 영화를 더욱 지루하게 만들었다. (나의 기억이 맞다면, 남금 탐험대원들이 초반에 일렬을 지어서 이동하는 모습은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제 7인의 봉인의 그것과 매우 흡사함을 보였고, 그 의미까지 그대로 차용하여 온 듯하였다.) 그러나 이 영화의 힘을 더욱 잃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나리오의 엉성함에 있다. 배우들이 어떠한 광기에 휩싸여 미쳐가는 모습은 지나친 비약과 논리적이지 못함, 혹은 화면구성 혹은 충격적, 자극적 영상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한계에 다다른 심리적 변화를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지만,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 영화를 보는 수고를 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이 영화의 제작의도가 한국최대의 블록버스터였다면, 감독은 지나치게 심각함 혹은 무게감은 버리고, 블록버스터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삽입했어야만 했다. 유일한 여배우 강혜정을 베이스캠프에 쳐박아두지만 않았더라도 영화가 한결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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