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복종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를 은밀히 노예로 만드는 유혹이다. 이에 비하면, 폭력으로 통치하는 방법은 그다지 겁나지 않는다.

- 자발적 복종, Etienne de La Boetie

과거에는 3S (Screen, Sports, Sex) 라고 하여 정부가 주도적으로 국민의 귀와 눈과 입을 막기 위해서 국민들을 스포츠로 현혹하고 애국심을 강요했다. 국민을 집단적으로 조정하고, 정치로부터 멀리하게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이제 정부가 일궈놓은 그 자리를 미디어와 국민들 스스로가 꿰어 차고 있다. 아주 자발적으로 말이다.

여느 때와는 달리 오늘 밤엔 거리에 차도 사람들도 없이 한산하다. 라디오에서마저 정규방송을 취소하고 연예인들을 대거 투입시켜 들을 권리마저 박탈시킨다. 두어시간의 말그대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특별 축구 중계를 마치고, 또 다시 월드컵 특별뉴스를 시작한다. 아마도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를 붉은 옷을 입은 어린 아이들과, 머리엔 뉴욕 양키즈 모자를 쓰고 붉은 티를 입은 청년과, 머리에 붉은 두건을 두른 중년의 아저씨, 모두 “대한민국”이라고 외친다. 때로는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게 자랑스럽다”라고 외친다. 그들을 “태극전사”라고 부른다. 그러나 태극전사는 없다. 그들이 외치는 꿈도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고통스럽다. 이것이 현실이다.

나는 축구가 싫다. 축구에 미친 미디어도 대중적 광기도 싫다. 이러한 정기적인 집단적 최면행위는 스스로를 노예로 전락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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