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를 다시 말한다

싸이. 많은 불만족스러운 요소들을 배제하고 생각해 보면, 싸이는 일종의 의사소통의 수단으로도 볼 수 있다. 여러 장애로 인해 야기된 현대인의 소통의 단절을 다시 연결해 줄 수 있게끔 하는 배출구가 될 여지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번에 이야기한 것처럼, 싸이가 온갖 잡담으로 가득찬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분명 이것을 통해서 서로에 대한 관심들이 표출될 수도 있다.

서로 소통한다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음은 소통할 수 없음과 동일하다. 여기에 남긴 글들은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무의미한 동시에 글에 대한 가치 또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글을 남기고 댓글을 다는 행위는 양자간에 공유하고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며, 그것은 또한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현대인을 둘러 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장벽들 사이에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작은 틈새를 열어 줄 수도 있을런지 모른다.

나의 방명록에 남겨진 글들중의 하나를 잠시 살펴 보자.

가: 쌤~~~ 하이~~~ ^^
나: 푸하하. 잘왔어.. 하이…

“가”의 글에 대한 “나”의 댓글은 지독하게 단순한 인사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언어들을 주고 받는 행위 역시 일상의 연속이다. 이것이 바로 삶이다. 삶이 항상 심각할 수도 없고, 일련의 언행에 가치를 부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글 자체와 모든 글을 쓰는 행위에 매번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또한 무리한 요구이다.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고 “가”가 부인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가”와 “나”의 사이의 생활에서의 유대감이나 관심이 웹상에서 여전히 연장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다.

글쓰기는 때로는 심각할 수도 있고, 때로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미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나 처해진 상황에 따라서 매우 주관적이며 또한 유동적이다. 싸이를 온갖 잡담과 알수 없는 인간관계로 뒤엉켜진 매개체로 이해하기 이전에, 소통의 수단으로나 삶의 한 방편으로 바라보는 것도 그다지 불쾌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싸이가 지나치게 상업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만 배제하면 말이다.

2 Comments so far

  1. 권성숙 on January 5th, 2006

    오호!! 올만에 보는 긍정모드 ㅋㅋ

  2. admin on January 6th, 2006

    오랜만이 아니라, 아마도 처음으로 표현하는 긍정적 발언일 겁니다. 좀 긍정적이 되볼까 생각하고 쓴 글인데, 다시 읽어봐도 좀 과장되었다는 느낌이 역력하고. 글이 자연스럽지 못해서 마음에 안드네요. 거짓말 한다는 느낌이…

Leave a reply